수수료·세금·슬리피지는 승률과 무관하게 시도할 때마다 계좌에서 일정액을 떼어 갑니다. R로 환산해 보면 왜 '자주 하는 것'이 산수상 불리한지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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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강까지의 산수에는 빠진 항목이 하나 있었습니다. 사고팔 때마다 증권사 수수료가 붙고, 국내 주식은 팔 때 증권거래세가 따로 붙고, 코인은 거래소마다 다른 수수료율이 붙습니다. 한 번의 시도는 사고파는 두 번의 체결이므로 비용도 왕복으로 계산해야 합니다. 이 비용은 내가 맞혔든 틀렸든 똑같이 나가기 때문에, 승률이나 손익비로는 방어할 수 없는 고정 항목입니다.
택시비 같은 거예요. 목적지에 잘 도착했든 길을 잘못 들었든 미터기는 똑같이 올라가요.
수수료·세금은 명세서에 찍히지만, 1강에서 본 스프레드와 슬리피지는 아무 데도 안 적힙니다. 사는 순간에는 매도 줄의 가격을, 파는 순간에는 매수 줄의 가격을 받아들이므로 두 줄 사이의 틈만큼이 그대로 비용이 됩니다. 호가 단위가 넓거나 거래가 얇은 종목일수록 이 틈이 벌어지고, 급하게 시장가로 밀어 넣을수록 호가를 위로 훑으며 더 불리한 가격에 체결됩니다. 8강에서 배운 거래량이 여기서 다시 쓰입니다 — 얇은 종목은 신호가 흐릴 뿐 아니라 비용도 비쌉니다.
비용을 퍼센트로만 보면 작아 보입니다. 18강의 R 단위로 옮기면 크기가 드러납니다. 손절을 진입가에서 2% 떨어진 자리에 뒀다면 1R은 진입가의 2%입니다. 여기에 왕복 비용이 0.2%라면 비용은 0.1R입니다. 즉 이 시도는 시작하자마자 -0.1R을 안고 출발하는 셈입니다. 손절 폭이 좁을수록(스캘핑에 가까울수록) 1R이 작아지므로 같은 비용이 더 큰 R로 환산된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같은 만 원이라도 용돈이 10만 원일 때와 100만 원일 때 무게가 다르죠. 비용은 1R을 자로 재야 실제 무게가 보여요.
18강의 예를 그대로 가져오겠습니다. 손익비 2:1에 승률 40%면 시도당 기대값은 +0.2R이었습니다(0.4 × 2R - 0.6 × 1R). 여기에 앞 절의 비용 0.1R을 얹으면 실질 기대값은 +0.1R — 절반이 사라집니다. 만약 손절을 더 좁게 잡아 비용이 0.2R이 되면 기대값은 0이 되고, 비용이 그보다 커지면 기대값이 0 아래로 내려가 산수가 성립하지 않습니다. 21강에서 다룰 과잉거래가 왜 계좌를 깎는지, 정신론이 아니라 이 산수로 설명됩니다.
첫째, 내가 쓰는 계좌의 왕복 비용률을 한 번은 직접 확인해 둡니다 — 증권사·거래소마다 다르고, 세금 제도도 바뀌므로 여기 숫자를 외우는 것보다 내 명세서를 보는 게 정확합니다. 둘째, 그 값을 1R로 나눠 '내 비용은 몇 R인가'를 알아 둡니다. 셋째, 22강의 장부에 결과를 적을 때 비용을 뺀 순 R로 적습니다. 비용을 빼고 적은 장부만이 '이 방법이 실제로 남는가'에 답할 수 있습니다.
체중계에 옷 무게가 섞이면 감량이 됐는지 알 수 없죠. 비용을 뺀 순 R이 옷을 벗고 잰 몸무게예요.
매매 추천은 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