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급 — 누가 사고 있는지의 기록

외국인·기관 순매수는 예언이 아니라 이미 지나간 체결의 집계입니다. 무엇까지 말해 주고 무엇은 말해 주지 않는지 선을 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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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급이란 결국 체결의 분류

국내 시장은 하루의 체결을 투자자 유형별로 나눠 집계해 공개합니다. 유형은 외국인·기관·개인으로 갈리지만, 이 리포트가 종목 화면에 싣는 축은 외국인 하나입니다. 외국인이 얼마를 순매수했다는 문장은 예측이 아니라, 이미 끝난 거래를 창구별로 더하고 뺀 결과입니다. 1강으로 돌아가면 모든 체결에는 산 쪽과 판 쪽이 항상 같은 수량으로 존재합니다 — 그러니 '외국인이 샀다'는 말은 '누군가는 그만큼 팔았다'와 한 몸이고, 정보는 순매수가 플러스냐 마이너스냐가 아니라 어느 쪽이 더 급했는가에 가깝습니다.

가게 마감 후 영수증을 손님 유형별로 분류해 보는 거예요. 내일 누가 올지는 안 적혀 있지만, 오늘 누가 많이 샀는지는 정확해요.

하루치보다 누적, 금액보다 비중

하루치 순매수는 흔들림이 큽니다. 지수 구성 종목이 바뀌는 날(리밸런싱)이나 배당 기준일이 지난 날(배당락) 같은 일정 때문에 하루만 크게 튀는 일이 잦아서, 며칠 누적의 방향이 훨씬 안정적인 관찰입니다. 또 절대 금액은 종목 크기에 오염된 숫자입니다 — 시가총액이 큰 종목의 100억 원과 작은 종목의 100억 원은 전혀 다른 사건이라, 시가총액이나 거래대금 대비 비중으로 봐야 종목끼리 비교할 수 있습니다. 22강에서 결과를 R로 통일하는 것과 같은 이유입니다.

환율이라는 또 하나의 축

외국인에게 국내 주식의 수익은 주가 변동과 환율 변동의 곱입니다. 주가가 그대로여도 원화가 약해지면 달러로 환산한 값은 줄어듭니다. 그래서 외국인 수급은 종목에 대한 판단만이 아니라 환율 전망의 함수이기도 하고, 23강의 달러 이야기가 여기서 이어집니다. 원/달러가 빠르게 오르는 국면에서 외국인 순매도가 이어지는 장면이 자주 관찰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해외여행 기념품을 되팔 때 물건 값도 중요하지만 환율도 중요하잖아요. 외국인에게 한국 주식은 늘 두 가지가 곱해진 상품이에요.

이 숫자가 말해 주지 않는 것

집계는 창구 기준이라 실제 주체와 어긋날 수 있습니다. 국내 법인이 해외 창구를 쓰면 외국인으로 잡히고, 선물과 현물을 동시에 사고파는 차익거래나 프로그램 매매가 섞이면 방향성 있는 매수처럼 보여도 실제로는 위험을 상쇄하려고 반대쪽에 같이 걸어 둔 주문일 뿐입니다. 게다가 집계는 장이 끝난 뒤에 나오는 후행 정보입니다. 근거로서의 무게로 보면 15강의 다이버전스와 비슷합니다 — 단독으로는 근거가 못 되고, 가격 구조와 겹칠 때 무게가 생깁니다.

리포트에서 만나면

몬스터 브리핑의 수급 항목은 '어느 쪽이 며칠째, 어느 정도 크기로 사고 있는가'의 기록입니다. 다만 종목 화면의 이 항목은 금액이 아니라 순매수 수량(주)으로 적힙니다 — 대금 집계가 없어 환산하지 않은 것이고, 같은 종목의 날짜별 비교에는 주가에 오염되지 않아 오히려 낫습니다. 앞 절에서 말한 '종목끼리' 비교가 필요하면 메뉴의 '외국인 수급' 화면에서 종가로 환산한 추정 금액 순위를 보세요. 함께 적히는 '외국인 보유 %'는 발행주식 중 외국인이 들고 있는 비율로, 하루치 순매수와는 다른 축입니다. 읽는 순서는 지금까지와 같습니다 — 먼저 가격 구조(추세와 레벨)를 보고, 그다음 수급이 그 구조와 같은 방향인지 반대인지를 겹쳐 봅니다. 저항 밴드 아래에서 며칠째 순매도가 쌓이는 것과, 지지 밴드 위에서 순매수가 이어지는 것은 같은 숫자라도 다른 문장입니다. 수급만 보고 방향을 정하는 건 이 항목의 무게를 넘겨 쓰는 일입니다.

일기예보에서 기온만 보고 옷을 정하지 않듯, 수급 하나만 떼어 읽지 않아요.

같은 화면에 서 있는 나머지 — 뉴스와 실적

요약 화면에서 수급 아래로 두 블록이 더 이어집니다. 하나는 최근 뉴스이고, 다른 하나는 분기 실적입니다(주식만). 실적 블록은 매출·영업이익·순이익 세 칸이고, 각 칸의 증감은 전년 같은 분기와 견준 값입니다 — 직전 분기가 아니라 작년 같은 분기인 이유는 계절성 때문입니다. 여기서 이 서비스의 성격이 한 번 더 드러납니다. 실적 블록에는 이미 발표된 실측치만 싣고 증권사 추정치는 아예 넣지 않습니다. 전년이 적자여서 증감률이 왜곡되는 자리에서는 퍼센트를 비우고 '적자 전환' 같은 상태 라벨로 갈음합니다. 발표 예정일이 적혀 있어도 그건 추정 일정입니다 — 국내에는 실적 발표일을 미리 공시할 의무가 없어서, 과거 패턴으로 짐작한 날짜입니다.

성적표에 '이번 시험 예상 점수'는 안 적고 지난 시험 실제 점수만 적어 두는 거예요. 예상은 각자 하는 것이고, 기록은 사실이어야 하니까요.

매매 추천은 하지 않습니다.